한국전력기술(KEPCO E&C)이 지난해 원전의 정상 가동 여부를 진단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략물자인 ‘냅스’(NAPS) 소프트웨어를 미국 웨스턴서비스(WSC)사로 수출하면서 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에 ‘교육 목적’이라고 허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KINAC는 핵심 소스코드가 없는 개괄적인 소개 수준의 자료로 보고 냅스를 비전략물자로 판단했지만 KEPCO E&C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시뮬레이터 업그레이드를 위해 WSC에 실제 넘긴 자료는 14개 프로그램 전체는 물론 5개 세부 설명 자료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실에 따르면 KEPCO E&C는 지난해 WSC에 냅스 프로그램 14개 중 13개를 판매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KEPCO E&C는 냅스를 포함한 원전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됐다는 보도<세계일보 6월 18일자 1·3면 참조>에 대해 “KINAC의 수출통제 심사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정상적인 과정으로 수출됐다”고 해명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냅스는 2015년에 ENEC(UAE 전력공사)로 수출될 때는 KINAC의 심사를 거쳐 전략물자로, 지난해 KEPCO E&C가 WSC로 수출할 때는 비전략물자로 판정받았다.
전략물자는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와 운반수단인 미사일 등의 제조·개발 사용 또는 보관 등의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어 다자간 국제통제체제 규율에 근거해 수출입이 엄격하게 규제된다.
전략물자인 냅스가 3년 만에 비전략물자로 바뀐 까닭에 대해 관련 심사를 맡은 KINAC는 ‘교육 목적용 자료’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KINAC는 “지난해 KEPCO E&C가 첨부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 목적용 자료로 냅스를 수출한다고 소개했다”며 “2013년 교육목적용 자료로 비전략물자로 판정받은 자료집의 축약본을 첨부해서 소스코드와 관련된 문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2015년 냅스를 전략물자로 판정한 사유에 대해서는 “한수원의 신청서에 냅스의 소스코드 제공이라고 적시됐고, 실제 이전되는 코드의 사용방법과 코드의 결과값 등이 포함돼 있었다”며 “원자력전용 품목의 운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전략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KEPCO E&C가 지난해 WSC와 맺은 계약서에서는 소스코드를 포함한 13개 냅스 프로그램의 상세 설명서가 포함됐다.
‘교육 목적’이라는 비전략물자 판단 신청 근거와 달리, KEPCO E&C는 WSC의 UAE 바라카 원전 시뮬레이터의 업그레이드를 돕기 위해 냅스의 소스코드를 제공한다고 계약서에 적시했다.
이를 위해 KEPCO E&C는 14개의 냅스 프로그램 중 13개를 제공하며 프로그램마다 5가지 분야(Functional·Interface·Routine·Output·Display) 상세 설명서도 첨부한다고 계약을 맺었다.
5개 상세설명서는 프로그램 제작 내용과 절차를 규정한 기밀자료다.
5개 설명서 가운데 KEPCO E&C는 ‘인터페이스 디스크립션’과 ‘루틴 디스크립션’은 한수원에도 제공을 꺼릴 만큼 외부 유출을 제한해 왔었다.
원전 연료가 교체되는 18개월마다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두 개 설명서는 기술이전 시에나 주는 자료”라며 “5개를 모두 주었다면 WSC에 몽땅 다 넘겨주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KEPCO E&C는 지난해 냅스를 비전략물자로 판단한 사유에 대해서는 “KINAC가 판단하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KEPCO E&C가 10년 넘는 시간이 걸려 수백억원 가치의 냅스를 WSC에 넘긴 가격이 터무니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KEPCO E&C는 냅스 13개 프로그램의 가격으로 50만달러(약 5억7000만원)를 책정하고 2018년부터 3년에 걸쳐 분할해 받고 있다.
추후 업그레이드와 자문 비용 등을 포함한 옵션 금액(11만3000달러)을 포함하면 60만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기사원문
https://bit.ly/2N3KS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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