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지난해 4월 인천공항 환승장 쓰레기통에 금괴를 버린 일당 3명에 대한 사법처리를 놓고 1년 넘게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이들 일당이 금괴 주인은 자신들이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동일한 두 사건에 대해 각각 무죄와 실형으로 상이한 판결이 나와 관세청은 판단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 관세청은 두 사건의 2심에서도 각기 다른 판결이 내려질 경우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봐야하는 상황이어서 사건 장기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3일 관세청과 인천본부세관,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는 지난해 4월 제1여객터미널 환승구역 쓰레기통에서 1kg짜리 금괴 7개(시가 3억5000만원 상당)가 버려져 있는 것을 미화원이 발견해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을 인계받은 인천세관은 이 금괴가 분실물로 신고돼 반입 경로를 추적했고, 일본에서의 시세차익을 노린 한국인 A씨와 운반책 B·C씨가 세관 검색에 미리 겁을 먹고 금괴를 버린 것으로 확인했다.
A씨는 면세지역인 홍콩에서 금괴를 구입해 최종 목적지인 일본에서 10% 안팎의 시세차익을 남기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홍콩에서 일본으로 직접 금괴를 가져가면 세관검색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인천공항을 경유지로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환승장에서 B·C씨를 만나 항공료와 배달료를 지불하고 금괴를 전달했지만, B·C씨가 세관을 보고 겁을 먹어 금괴 7개를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다.
인천세관은 해당 금괴가 국내로 반출되지 않았고, 면세구역인 환승장 행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세법 적용도 어려워 사건을 내사 종결하고 금괴를 일당들에게 되돌려 줄 방침이었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에서 버리지만 않았을 뿐 흡사한 사건의 재판이 있었고, 각기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 사건에 대한 처리도 난항이 부딪히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77회에 걸쳐 홍콩에서 구입한 금괴 488kg(시가 249억2819만원 상당)을 인천공항을 거쳐 일본 후쿠오카 등으로 밀반출하는 수법을 사용한 일당 3명을 붙잡았다.
총책인 D씨는 홍콩에서 금괴 구입부터 국내공항 반입, 일본에서의 밀반출까지 범행 전반을 총괄했고, 운반총책인 E씨는 운반책들을 모집해 이들에게 항공권 등을 지급하고 운반된 금괴를 일본 수집상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 다른 운반책 F씨는 D씨의 지시를 받아 운반책들에게 운반 요령과 일본세관의 적발시 대응요령을 교육하는 등 역할을 세분화했다.
이들은 미리 고용한 운반책에게 금괴 6~8개씩을 항문에 은닉하도록 한뒤 일본으로 밀반출하다 결국 덜미가 잡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이 사건 금괴가 홍콩에서 일본으로 운반되면서 단순히 인천공항 환승구역을 경유하는 경우, 이곳을 목적지에 도착한 물품으로 보기 어렵고 수출입을 전제로 한 중계무역물품에 해당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와 흡사한 사건이 부산에서는 유죄로 판결됐다.
부산지검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홍콩에서 2조원 상당의 금괴 4만300여개를 구입해 일본으로 빼돌려 40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일당을 붙잡았다.
불법 중계무역으로 인한 관세법 위반과 조세포탈 위반으로 밀수조직원 4명을 구속 기소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역시 '홍콩→일본' 직항편을 이용할 경우 일본 세관 측이 전수검사를 한다는 이유를 악용해 제3자를 통한 '홍콩→한국→일본행'을 선택했다.
홍콩에서 금괴를 사들인 밀수 조직원은 김해와 국내공항에 도착해 환승장에서 미리 고용한 여행객에게 금괴를 전달했다.
금괴를 받은 여행객들은 금괴를 숨겨 일본으로 입국했다.
조직원들은 여행객들에게 항공권과 숙박비, 수고비까지 지불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어 부산지법은 올해 초 D씨와 E씨에게 각각 징역 5년·징역 2년6개월과 벌금 1조3338억원·1조3247억원, 추징금 1조7950억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금괴 밀수 중계무역을 범죄로 규정한 첫 판결이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두 사건의 2심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만약 2심에서도 판결이 정리되지 않으면,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사원문
https://bit.ly/2W5x8Y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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